작년 10월,,
리유와 또 다시 키자니아로 갔다.
여느때와 다르게 일요일에 방문하니 더욱 놀기 좋아졌다(?). 사람도 적당히 한산하면서도 좋았다.
- "리유야, 얼굴 좀 보자."
- "에잇.. 안 보여줄거야."
얼굴 한 번 찍으려 했더니 이렇게 손으로 가렸다. ㅎㅎ 자주 왔었지만 모처럼 방문한 것에, 그리고 덜 붐비는 키자니아라서 더욱 신나서 이날 장난이 유독 심했다. ㅎㅎ
간단히 간식을 사먹고 쓰레기를 버리고 오랬더니... 저렇게 아빠 심부름을 잘했다. 이런걸 시키면 곧잘 하는 리유다.
어? 근데 너 지금 뭘 보는거니? 오던 길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른 방(?) 안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개구쟁이.. ㅋㅋ
- "리유야 근데 너 뭘 봤어?"
- "아무것도 아니에요. 히히."
그 사이 ... 우리는 여러 체험들도 했었고. 사진으로는 안 남겼다. 기존에 많이들 남겼기에.. 아무튼 이건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고 남겼다. 이날 줄곧 할아버지가 요즘 일을 많이해서 몸이 많이 아프시다며 걱정을 계속 했었다. 약을 지어드리고 싶었단다. 그래서 리유는 한의원에 취직해서 약을 제조하기로 했다. 맘씨가 어쩜 이리 이쁠까. 선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할아버지께도 닿기를..
본격적으로 한의사가 되기위해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집중할때 나오는 특유의 표정까지 나왔다. ㅎㅎ 쪼만한 아이가 뭔가에 집중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ㅎㅎ
리유는 열심히 수업 듣는 동안,, 난 늘 그랬던 것처럼 흔하디 흔한 키자니아 조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이 이곳을 왜 이렇게 좋아할까 직업체험이 재미가 있나? 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이곳은 철저히 어른들은 들러리고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기 때문에 자신들의 세상을 자신들의 주도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약재도 살펴가며 정성스레 약을 제조했다. 리유 가방에 고이고이 넣어줬다. 이쁜 내 딸 ... 어른, 친구들 가족.. 주변인들을 더욱 더 잘 살피는 아이로 성장해주길..
하도 뛰어다니며 열심히 체험을 한 탓에 아이스크림 하날 사서 나눠 먹었다. 녹아서 잘 흐르니까 난 윗부분을 먹고 지는 아랫부분을 먹겠단다. 알고보니 밑 부분에 있는 과자가 탐이났던 것 같다. ㅎㅎ
마지막으로 역시나 리유가 좋아했던 '사이다 만들기 체험' 을 했다. 이 유니폼이 넘 이쁘고 잘 어울려서 사진을 이쁘게 찍어주려했는데, 또 다시 카메라 말썽.. ㅠ.ㅜ 지금은 괜찮아졌지만 한 번씩 이렇게 말썽이다. 그래도 이쁨은 느껴지는 정도이니 이정도라도 만족한다.
- "사이다는 누구 줄거야?"
- "엄마 갖다 줄거야. 엄마가 사이다 좋아해.."
- "아빠는... ???"
신나는 체험을 마치고 찍는 '인증샷' ... V!! 언제나 밝은 웃음 보여주고 착하고 선한 마음씨를 잘 표현해내는 리유가 여느때보다 더 이뻐보여서 리유가 가장 먹고싶어하던 '고기' 를 먹으러 갔다.
실컷 먹고 잘 놀고, 이제는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설레는 만남과 아쉬운 이별의 시간..
리유에게 물었다. 리유는 아빠가 좋아? 그랬더니 아빠가 너무너무 좋단다. 아빠가 왜 좋아? 라고 했더니.. "리유 아빠니까.." 라고 말했다. 내가 아이한테 괜한걸 물은 느낌이었다. 당연한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선물 사줘서가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 생각을 하다니.. 이유없는 조건없는 끊임없는 사랑을 이 아이에게 품어줘야지. 그게 맞는거지.
- "리유야, 오늘도 리유 덕에 재미나게 놀았어. 고마워~"
- "히히.. 리유도 아빠랑 넘 신나고 재밌었어요."
그래.. 다음엔 더 신나고 즐거운 시간 가지자. 사랑해 내 딸~
# 때론 잊고 있지만 간단한 질문들을 가슴 속에서 저 뒤로 미뤄둘 때가 많은 것 같다. 보편적 근본적 진실들을 감춘채 내면의 의심들을 수 없이 쌓아가고만 있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마저 생기기도 한다. 매번 리유와 이런저런 대화들을 하다보면 이 아이에게 배우는게 정말 많은 것 같다. 정확히는 내가 살면서 세상 속에 치여 있으며 잊고 있던 사실들과 마음들을 끄집어 내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은 이 아이가 지금과 같은 선한 마음으로 끝까지 바르게 잘 성장할 수 있게 그 맘을 지켜주는 것 이라 생각된다. 늘 고맙고도 미안한 내 딸.. 너 언제 이렇게 컸니? 진하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