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리유는 많이 수척해 보였다. 그래서 조금은 안쓰러웠다. 리유는 조용히 아빠 무릎에 앉았다.


- "리유야, 오늘 아빠랑 뭐하고 싶어?"

- "리유는 아빠랑 어디든 가고 싶어요."


- "그럼 리유는 어디가 좋아?"

- "리유는 나무 있는 공원에 가고 싶어요."


- "우리... 어떤 공원에 가볼까? 리유가 아빠랑 가고싶은 공원 있어?"

- "아빠, 우리 도깨비 놀이동산 가요."

- "음.. 리유 몸이 피곤한데 괜찮겠어? 다른데 갈까?"

- "리유는 오늘 얌전히 놀거예요. 그래도 가고싶어요."


- "알았어, 그럼 오늘은 아빠 등에 어부바 하고 구경하자. 아빠가 재미난걸 가져왔어."

- "히히.. 뭐야? 아빠 가방에 갖고 왔어?"

- "이따 보여줄게."


우린 또 다시 리유와 단골 데이트 장소인 도깨비 놀이동산으로 향했다.





녀석 제법 신났다. 도착하자마자 떡볶이를 먹었다. 물론 내가 거의 다 먹었지만, 충분히 밥을 먹고 나의 신종무기(?) 였던 어부바 시스템으로 리유의 걸음을 가볍게 했더니 더욱 신나했던 녀석이다. 아파서 주로 집에 있어서 오랜만에 나들이 하니 좋다고 아빠에게 귓속말을 전해 주었다.




무얼 본 걸까? 리유의 표정이 좋지 않다. 아빠랑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긴 했지만,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나의 어부바 시스템(?)으로 달래주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신경쓰였다.





전엔 이걸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뭔가 생각이 많은 리유였다. 그래도 아빨 보면 이쁘게 웃어줘서 고마웠다.






실컷 놀이기구를 타고 아빠와 신나게 산책했다. 아빠의 신무기가 맘에 들었는지 놀이기구보다 아빠 등에 더 많이 타려고 했단건 비밀. ㅎㅎ 그래도 이젠 웃으니 좋네. '그래, 넌 웃는게 이뻐.'




점점 시간이 흐르니 더 더워졌다. 아이스크림은 못 먹는다던 리유가 슬러시는 또 땡겼나보다. 그래 조금씩만 먹자. 착하게도 리유는 아빠와 슬러시를 나눠 마시며 즐거운 나들이를 이어갔다. 아빠 등에 업혀서 조잘조잘 잘도 재잘거렸다.




작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리유는 당당해졌다. 이젠 진짜 언니가 됐다며.. ㅎㅎ 그래서 저거 한 번 타볼까 했더니, 그땐 또 리유는 아직 어린 아이여서 5학년 큰 언니가 되면 탈 수 있단다. ㅎㅎ




"리유는 아직 작은 아이라서 못타요." 라며 음료만 신나게 마셨다.




- "우리.. 여기서 사진찍을까?"

- "아빠 이쁘게 찍어 주세요."


바람이 시원하게 흩날리는 호수 앞에서 찰칵. 이쁜 내 딸과의 시간이 즐겁게 흘러간다. 이번엔 정말 놀이기구보다 산책을 많이 하며 리유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새삼 어쩜 이렇게 컸을까 생각하며 고맙고 또 고마웠다. 이쁘게 커줘서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아주 많이.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입구에 있던 공룡 마을에서 공룡 친구들에게 인사를 했다. 핑크 공주답게 핑크색 공룡에게 가장 많은 애정을 보여줬다. 나지막히 공룡에게 "안녕, 다음에 리유 또 올게. 밥 잘먹고 있어." 라며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우린 그렇게 공룡 친구들이 있던 도깨비 놀이동산을 나와 부산으로 돌아왔다. 차안에서 잠들었던 리유는 깨자마자 아빠에게 뽀뽀 선물을 가득 주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빠품에서 달콤한 애정을 많이 비췄다. 리유야, 다음엔 더 건강한 모습으로 더 즐거운 시간 보내자. 어린이날, 너의 생일 ... 함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만나면 아빠가 뽀뽀 100번 해줄게. 사랑한다. 내 딸.



# 아빠 품에 안겨서 아팠다, 친구들과 이렇게 놀았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등등.. 얼마나 많은 해주고픈 이야기들을 담아두고 기다렸을까. 어릴때에도 조잘조잘 말 잘하는 리유였지만,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리유를 보며. 어쩌면 나보다 더 강한 아이여서 더 많은 아픔을 아빠에게 감추고 있는건 아닌지. 조금은 걱정이 됐지만, 아빨보며 웃어주는 리유의 모습만 생각하기로 했다. 더욱 건강하게... 더욱 씩씩하게.. 아름답게 커 가고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알지? 아빠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거 알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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