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어머니와 제주도를 다녀온 후, 잠시 머무실 때 서울 곳곳을 둘러봤다.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으시냐는 질문에 '덕수궁' 얘기를 하셨다. 영화 <덕혜옹쥬> 를 보셨다고 했다. 음.. 그럼 '덕수궁' 으로 가봐야겠다고 맘 먹고 그곳의 여름을 잔뜩 느끼러갔다. 궁은 정말 사계절이 뚜렷한 만큼 언제가도 정말 아름답다.




우선 덕수궁에 도착하자마자 가보고 싶으셨다던 '덕수궁 돌담길' 에 갔다. 개인적으로는 아픔이 있는 곳이지만,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니 나도 좋았다. 예전과 다르게 사람들이 생각보단 없었다.





덕수궁의 여름은 푸름과 시원함이 공존하는 곳. 그래서 나는 북쩍이는 경복궁 보다 덕수궁이 좀 더 편하다랄까. 암튼 정말 시원했다. 여기저기 들어가서 볼 수 있고 쉴 수 있다는건 정말 큰 '장점' 이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아름다움과 특유의 독창성은 후손들도 맘껏 누리고 배워야 한다.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전에 경복궁 갔을 때와 비슷하게. 어머니는 "역시" 라며, 간결하며 세련된 아름다움에 반하셨다. 경복궁은 화려하고 웅장하다면, 이곳은 좀 더 세련됐고, 뭔가 강하지는 않지만 적절히 절제된 고귀함을 지녔다. 물론 그 근거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무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그냥 '단아하다' 라는 표현이 그나마 가장 근접해 보인다.







덕수궁 하면 '석조전' 이지. 궁 안에 이런 서양식 건물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으신듯 많이 놀라셨다. 평소에는 덕수궁 미술관으로 운영된다. 가끔 시립미술관에 들르면 이곳도 함께 들러서 감상하곤 하는데 제법 좋은 전시가 많았다. 난 여기가면 이상하게 이 분수대 앞에서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게 된다. 무슨 주술에 걸린 것 처럼. 그냥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다양한 건축양식의 궁들을 둘러보시고,, 피곤하셨던지. 잠시 그늘에서 쉬기로 했다. 호기심 많으신 어머닌 이곳저곳을 자세히도 들여다 보셨다. 그러니 지치실만도 하지. ㅎㅎ




이리봐도 이쁘고 저리봐도 이쁘다. 일본의 궁들은 크고 웅장하고 화려하다. 무엇보다 왠지 꾸며놓은 듯한 아름다운 정원을 가졌다. 반면 한국의 궁들은 자연에 그냥 궁을 갖다놓은 느낌이다. 화려하고 이쁜 맛은 좀 덜 하지만, 왠지 편해지는 그런 '멋' 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휴~. 그늘에 앉으니 선풍기나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까진 아니지만, 제법 시원했다. 도심 한 복판에 있는 덕수궁이지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적잖이 식혀준다. 참 시원했다.





"짠~" 하고 갑자기 나타나셨다. 내가 놀라니 어머닌 즐거워 하셨다. ㅠ.ㅜ




저기 누워서 딱 한 시간만 잤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시원해 보였다. 고종의 취향이었을까. 곳곳에서 묻어나는 그 '고귀함' 은 어디서도 느낄 수 있었다.




어릴 적 저런 등이 집에 있었던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던 등. 그 등의 장식에서도 대한제국의 상징과도 같았던 '오얏꽃(자두나무꽃)' 이 그려져 있었다. 얼핏보면 무궁화 처럼 보이기도 해서 많은 분들이 무궁화인줄 아시더란. 암튼 왠지 모르게 모든 것이 황실의 물건임을 알 수 있게 그 '고귀함' 이 담겨 있었다.





과거 고종이 커피를 즐겨 마셨다던 '정관헌'. 아쉽게도 이 날 행사가 있어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저곳에서 커피를 마시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이번은 이쯤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름의 '궁' 은 무더위 속에 잔뜩 흥분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았다. 누군가 큰 힘으로 조금씩 눌러서 내려놓게 하는. 암튼 뜨거운 태양과 시원함이 공존하는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덕수궁은 왔다가 미술전시도 보고, 주위에 맛집이 많으니 맛있는 음식도 먹고 걷기 편한 그런 곳이다 보니 연인들이 참 많았다.


아직은 살짝 더운 가을 날씨지만, 그때의 여름을 잊지 못하겠다. 지금은 이쁜 옷으로 조금씩 갈아입고 있겠지. 더 이뻐졌을 때 한 번 더 찾아야겠다.



# 어머니가 계신 울산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문화불모지, 볼거리 먹을거리 없는 삭막한 도시다. 현재 내가 서울사는 이유이기도 하고. 암튼 그런 어머니께 서울에 오셨을 땐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울산에 없는 서울의 멋을 느끼게 해 드리고 싶었다. 뭐 울산에 없는게 워낙 많아서 다 특별하시겠지만 말이다. ㅎㅎ 암튼 늘 "고맙다." 고 또 "좋았다." 라고 말씀해 주셔서 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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