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전/미술/전시2016. 1. 27. 14:32
     


우리에게 '집' 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를 늘 고민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편안함, 안락함을 주는 반면 .. 누군가에겐 부담스런 존재일런지도 모른다. 오래 전 나는 설치 미술가 '서도호' 의 집을 테마로 한 전시. <집 속의 집> 을 보고 와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다. 리유가 태어나기 며칠 전에 다녀온 터라, 더더욱 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오래 전 묵혀둔 사진을 이제 하나씩 꺼내 봅니다. 무려 2012년의 기록 입니다. (이놈의 게으름 이란 ;;)


"모든 곳이 내 집이면서 그 어느 곳도 내 집이 아니다."


이 멋진 문구로 시작하는 그가 보여주는 집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리움 에서 펼쳐진 그의 머릿속 상상을 끊임없이 되물으며 따라갔던것 같다.




'서도호' .. 서울에서 출생한 그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 중이란다. 그의 이름 석자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이와같이 대단한 예술가들이 좀 더 많아졌음 하는 바램이다.




"북쪽 벽" - 아마도 자신의 어린시절 살았던 집의 북쪽 벽을 바라본 시선이었으리라. 이것이 폴리에스테르 천으로 만들었다는데 .. 대단하지 않은가. 그는 디테일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이것은 손수 바느질을 해서 만든 집 이라는.. ㅎㄷㄷ





"서울 집" - 그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살았던 집을 실크를 활용해 만들어냈다. 참고로 이 집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 천정에 매달린 집을 천천히 걸어가며 볼 수 있었다. 디테일도 뛰어났지만, 발상이 정말 재미있었다. 정말 집을 사랑하나 보다. 아니면 그 존재를 절실하게 느끼고픈 갈망 같은게 느껴졌다.




"베를린 집 복도" - 전시장 중간에 집의 복도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집 복도를 거닐게 만들어 놨다. 신기하게도 멀리서 보면 집의 복도처럼 삭막함이 느껴지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왠지 모를 따스함 같은게 느껴졌다.





"청사진" - 아마도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 이었고, 크기도 가장 컸다. 실제 건물 크기와 동일했고 계단 뒤의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갈 수 있게 해 놨다. 정말 멋지다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전시장 한 켠에는 그의 작품에서 쓰인 문고리 등의 디테일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있었고, 그가 작업 할 때 입었던 옷, 장갑 등이 전시 돼 있었다.





재미삼아 한 낙서 같은 일종의 간이 스케치 일텐데.. 아마도 이것이 그의 작품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된다. 보통은 이런저런 낙서 기록 등이 창작에 있어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많다.






큰 통천에 자신이 만든 집을 세워놓고 그 집에 새 떼가 날아드는 모습을 보여준 작품. 대단히 기발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빔프로젝트의 빛을 활용해 그것을 '해' 로 만들고 움직이는 매개체인 '새' 를 집어넣었다. 정말 기발하고 대단했다.





이제는 작은 집을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마음껏 꾸몄다. 처음엔 비누인가 했는데.. 작은 플라스틱 조각처럼 보였다. 저 디테일 좀 보소.








인형 집인거 처럼 보이지만, 각각의 개성이 묻어나는 우리의 일상의 단면 이랄까. 그가 생각하는 다양한 집의 모습이 고스란히 다 담겨있는듯 했다.







"별똥별" - 별똥별이 떨어져 한옥 한 채가 날아가 서양식 아파트에 콕 하고 박혀 버렸다. 놀랍지 않은가. 디테일도 디테일이지만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더욱 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얼마나 흥미로운가를 느끼게 해 줬다.




전시장 입구이자 출구인 그곳에 매달린 출입구. 아마도 내가 서두에 적어둔 것 처럼 누군가에게는 저곳이 들어가기 쉬운 곳일 수도.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드나들고 있는 이 곳은 정말 '편한 곳' 인가. 생각이 깊어진다.



# 오래 전이지만, 여전히 생생한 그의 전시에서 나는 오랫동안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그리고 나의 낙서 노트에는 알 수 없는 암호들만 남았다. 그만큼 좋았다는 거지. 요즘 '집' 이란 어떤 존재일까를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남들이 생각하는 것은 다 다르겠지만, 그 모두의 궁극적인 바램은 아마도 같지 않을까. "안락함 (편안함)". 문늑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이라고.. " 오늘도 편안함으로 집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