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전/영화보기2015. 11. 7. 14:09
     



ⓒ 영화사 집.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의 캐스팅 만으로도 상영전부터 주목 받았던 <검은 사제들 : 장재현 감독> 은 현재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뭐 배급사가 CJ 임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태 신앙이 천주교인 내가 느끼기엔 카톨릭에서 가장 금기시하다시피 한 영역을 건드렸다는 점에 우려와 함께 관심이 갔다. 사실 '우려' 가 더 깊었었다.


내가 영화를 고를 때, 감상평이나 트레일러를 거의 보지 않는다. 간단한 정보만을 알고 고르는데.. 처음 <검은 사제들> 이라는 제목을 보고는 예전과 다르게 사제 (신부) 들이 올바른 길을 가지 않고 세속적인 것에 눈을 뜬 분들을 많이 봤기에 그들의 이야기 인줄 알았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성서를 읽을 때마다 건너뛰었던 내가 생각해도 가장 무서웠던 '요한 묵시록' 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을 건드린다는 것. 사실 카톨릭에서 금기시하고 어두운 부분을 감추려는 건 생각보다 더 깊고 많다. 그것을 알아서일까. 대체 어떻게 그려냈을까 궁금했다.


어느 감독이 맡았고 어느 배우가 배역을 맡았다는 것 따위는 내겐 중요치 않았다.



ⓒ 영화사 집.


소위 믿고 보는 배우 김윤석이 메인에 등장한다. 그의 연기는 뭐 몰입감에 있어서는 최고다. 카톨릭에서 악령을 쫓기 위한 행위인 '구마의식' 을 행하는 김신부 역을 맡았다. 사제단에서도 미친놈으로 낙인찍힌 그. 이런 신부가 있을까? 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 (신부) 의 경우는 엄청 다양한 분들이 많다. 이런 신부가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이 말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얘기겠지만, 나의 어릴적 장래희망에는 어김없이 '신부 (사제)' 가 되는 것이었다. 어린시절 부터 성당에서 복사 (미사때 신부 옆에서 보좌하는)를 했었고, 신학교로 가기위해 예비 신학생 생활도 했었기에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제들을 많이 접했으며 신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고. 이런 신부 (김신부 같은)가 있다는 것도 확인했고. 솔직히 한 사제로 인해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아 신학생활을 포기했었다. 그래서 사제의 이면을 알고 있는 내가 말 할 수 있는건 신앙안에 있지만 그들은 엄숙하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간적인면이 더 많은 사제들이 많았다. 내가 지금껏 만나본 사제들 중엔 김수환 추기경이 진정한 사제였다. 옳은 사제들이 더 많아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사제들은 목사들과는 다르게 술과 담배 등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서 담배피는 사제에 대한 얘기 또한 불편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만났던 사제들은 술과 담배를 즐겼었다. 술은 대부분 '와인' 을 즐겨 마시는 정도이지 기타 음주에 강하다는 건 아니다.



ⓒ 영화사 집.


이 영화에서 신의 한 수 라고까지 칭송받는 캐스팅. 강동원을 부제로 만든 것이다. 곱상한 외모에 사제복이 어울릴까 싶었지만 잘 어울렸다. 사제복도 옷이라고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 했던가. 하지만 그에게서 얼굴의 외모적 주목보다는 일반적인 나약한 심성의 평범한 인간애를 잘 표현했다. 영화에서는 김윤석이 우리가 평소 알던 종교적 사제 였다면, 강동원은 '두려움' 을 가진 우리의 모습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 '부제' 라고 하면 생소할 수도 있는데.. 부제, 사제, 주교, 교황 등 그 모든 이들을 '사제' 라 통칭하고 영화에서는 부제는 사제를 돕는 성직자라 표현하는데.. 쉽게 생각해서 일반적으로 사제라 불리는 신부가 되기 직전의 신학생 이라 보면 된다. 여기서 강동원은 신학교 7 학년생으로 나온다. 카톨릭의 신학대학은 신부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린다. 10학년이 신부가 되는 것이다. 그 중 3년은 군복무이다. 면제를 받게되는 신학생들은 그 기간만큼 봉사활동 등을 하게 된다. 그래서 10년이다. 참고로 군부대에 있는 성당에 계신 신부들은 군대를 두 번 다녀오게 된다. 한 번은 병사로 그 이후로 군종신부가 되려면 장교로써 한 번 더 다녀오게 된다. 그들의 계급은 대부분 중위로 복무하게된다.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경우다. 군종사제는 군종교구로 독립체로 존재하며, 그들도 전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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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시작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한 여고생 영신 (박소담)으로 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문의 뺑소니를 당한 후 부터 이상증세를 보이던 그녀에게 악령이 깃들어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에 김신부가 구마의식을 행하며 그녀를 구하려 한다. 하지만 그를 보좌하던 수 많은 수사들은 이를 중도에 포기하게 된다. 카톨릭에서 거의 금기시하는 "구마" 의식을 건드렸다는 점이 참으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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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은 돼지에 스며든다는 일종의 종교적 미신적인 것으로 돼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참으로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이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이야기들을 어릴 적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영화에서는 악령을 사람으로부터 뽑아냈을 경우 그 모습을 돼지에 담아 처리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더 깊게 또 깊게 파고들어야 될 부분이라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카톨릭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비밀스런 부분들이 참 많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데 장재현 감독은 수위를 잘 조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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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사제들> 에서는 강동원이 철저히 평범한 인간의 '두려움' 을 훨씬 더 잘 그려내고 있었다. 부제라서 신부보다 더 신앙이 덜 두터워서가 아니다. 모든 이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 을 가지고 있다. 그는 두려움을 강인함이 아닌 정면으로 마주서서 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두려움을 과거의 두려움과 현재의 두려움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말이 참 어렵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 영화사 집.


김신부와 최부제는 마지막 악령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고, 악령을 돼지에 스며들게 해 그 돼지를 강물에 버리면 된다. 마지막으로 최부제는 한강으로 가기 위해 도망치듯 돼지를 안고 빠져나온다. 가는 내내 각종 사고가 발생하게 되고 자신의 몸에도 이상증세들이 이어지게 된다. 그는 결국 한강에 뛰어들어 악령을 보내게 된다. 영화는 아쉽게도 더 이상의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이렇게 끝난다. '뭐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그 이상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불편함과 거부감을 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카톨릭에서 행하는 구마의식은 공식적으로는 승인하진 않았지만, 비공식적으로 2014년에는 다시 승인되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말이다. 일종의 퇴마의식이다. 어릴 적 한 번인가 본 적이 있는데.. 너무도 무섭고 불편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하기 싫었다. 그리고 이걸 소재로 영화로 다루었다니 심히 우려가 됐었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충격적인 것들이 많다. 아마도 40세금 정도로 해도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을 만큼 충격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름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영화에서도 나오는 프란치스코회 등의 모임 등은 실제로도 존재한다. 영화에서 말하려는게 정확히 어떤 부분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현재까지 나온 한국영화들 중에 카톨릭, 그것도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상업영화는 이 영화가 최초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빈치코드가 충격이었다면 그것이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을 일러둔다. 종교는 참으로 복잡하고도 깊다.


+ 영신역을 맡은 박소담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섬뜩했으며 대단했다. 신앙생활을 하며 각종 영적인 행위들을 많이 봐 오곤 했는데, 그때마다 많은 이들은 라틴어로 기도문을 외우고 주문처럼 그들과 대화를 했다는 것이다. 영화로써가 아니라 실제 그런 일이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비슷한 환경을 영화에서 표현해서 너무도 놀랐다. 그녀의 연기를 보며 어찌 그런 어린 나이에 그런 어려운 표현들을 잘 해 낼 수 있는건지 대단한 보석을 발견한 것 같다.


<검은 사제들> 은 사제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아니다. 종교적 행위를 표현하고 그것을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종교적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내면. '두려움' 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것을 전면에 내세워 악령 즉, 사탄이라 불리는 존재가 우리 주변 어디에도 있고, 또 그 존재가 우리 내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영화처럼 그것이 욕망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는 '미움' 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었다.



# 우리집은 친가, 외가 할 것 없이 고조 할아버지때부터 천주교 집안이다. 그리고 수녀님 한 분과 신부 두 분, 수사가 계신 이른바 성직자 집안이다. 그래서 나 또한 당연히 하느님께 나를 바치고 사제의 길을 걸으려 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너무도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싫었다. 이성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 배신을 크게 당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의 종교에 대해 어떤 부정도 어떤 거부감도 없고 여전히 신앙은 두텁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지금의 아내와 아이 또한 세례를 받은 천주교 집안이다. 영화를 보고 느낀 건. 이 땅에 옳은 일에 앞장서고 교황의 말처럼 고통앞에 중립없는 그런 성직자들이 많아졌음 하는 바램이 컸다. 김수환 추기경을 보내는 자리에도 함께 했었는데, 그 분의 뒤를 잇는 그런 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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