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경상2019. 5. 7. 16:04
     

지난 해 8월,,


휴식이 필요하던 그 때..

울산을 찾았다. 어김없이 단골장소인 '일산지'로 향했다. 일찌감치 어머니 집을 나서서 그곳으로 향했다. 바다가 보고싶었다. 어머니와 대왕암공원에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우선 일산해수욕장(일산지)를 걸으며 바닷바람을 만끽했다.






비가 올 것만 같았던 날씨. 흐린 날씨 속 바다는 한가로웠다. 날씨 좋은 날 피서객들을 맞을 준비도 한창이었다.




이렇게 한 켠에는 모래성도 쌓아져 있었다. 마치 해운대 모래축제에서 보던 그런 모래산이 있었다. 몇몇의 아이들은 신나서 자신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놓고 있었다. ㅎㅎ




멀리 큰 배가 지나간다. 파도도 적잖이 좋고. 늘 오던 곳이지만 매번 올 때마다 새루운 느낌이 든다. 마치 엄마품 처럼.




해변을 거닐다 뒤쪽 언덕너머까지 올라와봤다. 소소하게 지역 주민들이 일궈놓은 텃밭을 앞에 두고 바다를 향해 바라보니 이 또한 운치있는 풍경이었다. 흐려서 별로일 순 있겠지만, 나는 왠지 바다는 흐린 풍경도 제법 맘에 든다.




한참이 지난 후, 어머니와 대왕암 공원에서 만났다. 바람과 물쌀이 거칠지만.. 대왕암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정말 시원했다. 꿉꿉한 바다의 공기가 아닌 상쾌한 공기... 늘 그렇듯 좋다.




바위에 하나 둘 씩 부딪치는 이 모습이 정말 좋다. 왠지모를 시원함이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넘나 시원하시다며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니, 갑자기 웃음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최용수 감독이 전에 존경하는 ... 이라며 최강희 감독님의 변치 않는 헤어스타일에 감탄했는데.. 난 어머니의 헤어를 보고는 그런 감정이 들었다. ㅋㅋㅋ 웃어서 죄송..^^




날씨가 흐려도..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명소이다 보니 제법 많은 사람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내게는 개인적으로 아버지부터 리유까지 모든 숨결이 남아있어 더 좋아하는 장소일지도 모르겠다.




밤의 등대도 멋지지만, 낮에 보는 등대도 괜찮다. 흐려서 그런지 솔숲의 푸르름이 더욱 촉촉하게 느껴진다.




갑자기 어머니께서 "저기봐라!!" 라며 나보고 얼른 찍으라고 알려 주셨다. 바다쪽을 내려다보니 바위 위에 검은 고양이가 앉아 쉬고 있었다. 고양이는 이른 피서를 즐기는 듯 보였다. ㅎㅎ




어머닌, 늘 이 곳에 오면 뭔가 맘이 훌쩍 가벼워지는 느낌이라고 하셨다. 나도 그렇게 느꼈다. 그래서 울산 갔을때 여유가 생기면 매번 들르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늘 그렇듯.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한참을 '멍' 때리며 하염없이 바라본다. 보글보글, 촬삭... 불어오는 바람에 내 맘을 맡겨본다.




"엄마, 뭐 찍어요?" .. 이맘때 폰을 아이폰으로 바꾸신 후.. 넘 맘에 든다며 사진을 평소보다 더 많이 찍으셨다. ㅎㅎㅎ 근데 엄마 지금 .. 동영상 모드 같은데... ㅎㅎ 아무튼 생각보다 잘 쓰시네. 매일 심심하면 시리 불러서 싸운다고.. ㅎㅎ




이맘때만 하더라도 중공업을 바라보면 가슴 한 켠이 아팠는데.. 지금은 다행히 조금씩 다시 살아나고 있어서 맘이 편해졌다. 아끼는 친구녀석이 요즘 정신 없이 바쁘다며 말할때 내가 다 뿌듯했다. 마! 더 단디해라. 알았제?




다리에 걸어놓은 자물쇠 한 가족. 어딜가나 요즘엔 자신들의 인연을 이렇게 묶고싶어 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많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과 인연을 꼬옥 붙잡아 두고픈 간절함이 가득한가보다. 녹슨 자물쇠가 왠지 더 깊어진거 같아 좋다.





파도가 머물다 간 그곳에.. 우리의 무거웠던 마음의 짐들도 하나 둘 씩 내려놓고 온다. 무수히 많은 바위들을 헤치고 내게로 다가오는 파도들을 보며.. 나도 잘 이겨내겠다고 무언의 다짐을 해 본다.



# 어딜가나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우리 모자는 아주 오래 전 부터 이곳을 자주 찾았다. 각자 혼자서 찾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에게도 자랑하고픈 맘에 데려오기도 하고. 우리 가족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잘 버텨낸다. 시간이 한 참 지난 후, 많은 생각들을 해봤다. 어떻게 그렇게 버틸 수 있었지? 그랬는데..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우린.. 좋았던 적이 없었다. 잘 살았던 적이 없었다.' 라고. 늘 힘들었기에 그게 일상이 되었고, 남들 눈엔 힘들어보여도 우린 늘 일상이었다. 그래서 전혀 힘들지 않았던건 아니지만, 최소한 버틸 수 있는 작은 힘이라도 생기게 된 거라고. 하지만 이젠 힘든 경험 그만하고 싶다. 앞으로 더 좋은 날들만 우리 앞에 존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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