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경상2016. 11. 21. 17:51
     

2010년 10월, 송정 해수욕장을 찾았다. 사람들 많은 해운대 보다는 한적하면서도 걷기 좋은 송정 해수욕장을 좋아했다. 비오면 더 아름다웠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카페부터 시작해서 이곳에서의 추억은 정말 많았다. 지금은 많은 카페, 음식점으로 많이 변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다.




모래도 소복소복.. 여름에는 북적이지만, 가을이나 겨울에 더 좋을 것만 같은 바다다. 부산지역에서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 무엇보다 바닷물 색이 맘에 든다.




서핑도 서핑이지만, 파도도 적잖이 거칠고 .. 모래놀이가 더 재밌을 것 같은 곳이다. 예전엔 여기다 좀 장난끼 가득한 것을 만들어 사진을 찍은적도 있었다. 그만큼 파도가 재밌게 다가온다는 말이다.




물색깔 보소. 햇살이 비추니 바닷물의 본연의 색들을 보여줬다. 파도소리, 찌릿찌릿한 바다냄새 .. 아름다운 모습들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는데 아름다운 부자의 모습이 보였다. 이때는 어찌나 저 모습이 부럽던지. 아이가 생기면 가장 먼저 바다에 같이 가고 싶었다. 그리고는 바다를 함께 바라본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던져 넣으며.. 지금은 남자아이 못지않은 체력과 개구쟁이 모습을 지닌 이쁜 딸(내게는 그렇게 보인다)이 있다. 바다를 좋아하는 나 닮은 딸이어서 참 좋다.




차가운 바람만큼이나 좋았던 따스한 커피 한 잔.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는 정말 최고다. 내가 해운대 보다 송정이나 울산의 일산 해수욕장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거다.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 마시는 것. 넘 감성적인가? 아무튼 이런 시간을 두고 우린 '선물' 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돌아가려다 다시 바다가 보고 싶어 나왔는데, 모래성을 짓고 있는 가족이 보였다. 설마,,,, 저 아저씨 자녀들인가? 라면서도 왠지 부러웠다. 요즘에서야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가 많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지를 않았기에. 더군다나 부산 아닌가. 나 또한 경상도 남자라서 서울와서 다정다감한 모습을 가지는게 참 어려웠다. 그런데도 안되는 무언가가 있다. 


아무튼 얼레벌레 이 사진을 찍었지만, 참 맘에 든다. 모래성을 쌓고 있는 엄마와 아들, 파도를 향해 눈치보며 돌진하는 아이들,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커플. 거기다 쉼 없는 파도소리를 들려주는 바다. 사진 한 장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정말 맘에 든다.


예전의 묵혀둔 사진들을 정리하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찌든 일상에서 탈출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예전에 다녔던 여행지. 커피 한 잔의 여유 등. 그것들을 추억하며 가지게 되는 생각의 자유를 꿈꾸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매일 같이 뉴스를 보면 머리가 아프고 답답했는데 조금은 위로가 된다랄까. 그리고 ,,, 무엇보다 '좋은것만 기억하기' 이게 가장 크다.


여름바다보다 가을이나 겨울바다를 좋아하는 나. 2016년의 겨울바다.. 는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하다.

송정의 바람은 여전히 시원하게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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