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경상2016. 11. 14. 00:56
     

매년 여름이면 휴가철. 어디갈까 사람들 고민 속에 늘 등장하는 장소 중 하나인 '해운대'. 나는 이곳에서의 추억이 참 많았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엔 그곳에 모래축제가 이어진다. 처음봤던 모래축제는 정말 하나같이 예술작품 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계속 바라봤던 것 같다.





'열정' 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렸던 빨간머리 아저씨. 어떠한 틀을 대고 찍었거나 하는 등의 작업인 줄 알았는데, 이 빨간머리 아저씨는 물을 뿌리기도, 또 손으로 직접 다듬기도 하고. 순간순간 떠오른 생각들을 거대한 모래 캔버스에 그려 나갔다. 부천 유니폼을 입고 있길래, 부천 팬이니시냐고 물어보려 했는데 그냥 지켜만 봤다.




진짜가 나타났다. 모래성. 모래로 만든 성. 멋졌다.




까마귀인지 갈매기인지 뭔지 모를 검은 녀석도 구경 나왔다.




이차는 대체 어디로 타야 하는거니? 끝끝내 나는 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얍삽하게 멋있다.




이와중에 웃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고양이 비행기인지 기차였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고양이를 표현한 디테일에 한 번 더 놀랐다.




비행기나 기차가 아니었다. 긴 물고기 지느러미를 가진걸로 봐서 물고기였다. 그럼 얘는 고양물고기 인거? 거 참 요상하다. 꽤나 기발했다.




한참을 모래작품들을 보고 커피를 마시러 왔다. 늘 다녔던 마린시티 쪽으로 와서 창 밖을 보는데.. 햇빛이 한곳으로만 비추는게 넘 이뻤다. 어떻게 보면, 동백섬에 좋은 기운들이 많이 몰리는 것도 있는 것 같긴 하다.




화분의 잎 사이로 차들이 지나다니는게 재밌어 보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시선이 좀 다른것 같기는 하다.




어라? 해가 아직도 거기 있네?! 무언가 대단한 것이 탄생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건너편으로 건너와서 마린시티쪽을 바라봤다. 멀리 광안대교도 보이고, 전망이 좋아 많은 이들이 한동안 찾는 위치였는데 지금은 큰 카페가 생겼다지. 이곳에. 근래에 말이 참 많던 마린시티. 아름답긴 하지만 이젠 안전을 좀 더 신경쓰는 사람들이 살길..




건물과 건물 사이로 석양이 진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겨운 사투리 만큼이나 정겨운 풍경들이 많은 해운대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 갔다.


해운대는 걸으면 걸을수록 더 많은 숨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나한테는 말이다. 홀로 찾기도 하고, 함께 걷기도 하고. 가장 큰 건. 리유가 태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걸었던 곳이 바로 해운대 라서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 그날도 이 아름다움을 공유 했었지. 갈매기들은 함께 보았으리라. 아름다웠음을. 공교롭게도 이 사진을 찍은 날과 리유 생일날이 같았다. 우연의 일치일런지는 모르겠지만.


- 2010년 6월.



# 늘 찾던 곳이 '그리운 곳' 이라 하면 예전에 그 장소에서의 추억이 떠오를만큼 흔적들이 남아야 할텐데.. 발전 이라는 이름아래 늘 새로운 것이 들어서 있고 왠지 모를 낯설음이 느껴진다는 것. 왠지 배신감이 들기도 한다. 편의시설도 좋지만, 너무도 변해버린 그대... 라는 것이 추억의 장소였다면 더욱 아쉬움이 생기는 것 같다. 내겐 해운대가 좀 그렇다. 서울사람들에겐 편의시설이 많아 좋겠지만, 어린시절 텐트치고 발가벗고 뛰놀고 했던 꼬마녀석에겐 카페가 아닌 돗자리 펴던 솔숲이 더 절실한. 그래서 더 아쉬움이 가득한 그런 곳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추억' 이란 이름으로 포장되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더 이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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