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볼.까./경상2016. 10. 28. 03:55
     

2010년 4월.


- 꽃피는 봄이 오면 어디론가 가고싶어진다랄까. 봄을 맞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문경새재' 를 찾았다. 과거 영남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큰 길. 조상들은 어떤 곳을 지나 한양으로 시험을 보러 가셨을까. 호기심 반, 설레임 반의 심정으로 찾았다. 이날 역시 좀 흐렸다. 이상하게 내가 어딜 가려고만 하면 흐려지는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1관문. 이 문을 통과하면 한양으로 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통과하고 있었다.





'조령원터' 이곳이 예전엔 출장나온 관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곳이었다 한다. 좀 낡았지만 생각보단 좀 더 아늑했다.




여긴 내가 가장 궁금해 했었던 '주막'.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가던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겠지. 여기서 진짜 술을 팔면 대박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4월 이었지만, 좀 쌀쌀한 기웃탓에 봄을 느끼기엔 좀 이른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수줍게 핀 산수유를 만날 수 있었다. 길과도 제법 어울렸다. 잠시 좀 쉬어가자.






길고긴 길을 걷지 않고, '교귀정' 까지만 걷기로 했다. 이번에는 그냥 이 정도가 좋을 것 같았다. 교귀정은 과거 조선시대에 경상감사의 인수인계가 이뤄졌던 정자라고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아서 왠지 인수인계가 잘 이뤄졌을 것만 같았다.




돌아서 다른 길로 나오니 이렇게 물레방아가 나를 반겼다. 물소리가 넘 좋아서 한참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중엔 그 옆에 자리잡고 앉아있기까지 했다.




돌아나오다 다시보는 정문의 외곽성벽. 강한 경계가 아닌 깊은 산새와의 교감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이때만 해도 복원중(?) 이었던 길. 깊은 산속의 냄새가 정말 좋았다.





걸어나오며 흐르는 천에서 나는 물소리에 집중했다. 깨끗한 물, 그리고 시원하기까지 했던 바람. 고즈넉한 풍경에 시선을 사로잡혔다.




절벽 틈사이로 나무들이 비집고 나와 있는 모습에 한참을 바라봤다. 생명은 정말 진귀하고 고귀하다.




물이 너무 맑아 물 속을 들여보다 나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흔들렸다. 아아아~~~





돌아보니 더 아름다운.. 높고 깊은 산을 매번 차를 타고 다니면 길고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 답답함을 벗어나 그 산 속을 걷는 건 또 다른 느낌이 든다. 과거 조상들은 다 넘고 다니셨을테니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었겠지.




걷다보니 배가 고파졌다. 근처 음식점이 많던데.. 돼지석쇠불고기(맞나?) 암튼 이걸 먹었다. 넘 맛있어서 밥 두 공기 먹었다. 공깃밥들은 왜이리도 양이 적은지.. ㅎㅎ 이거 강추!! 원래 비계가 있는 건 별로 즐기지 않지만, 이건 정말 맛있었다.


아쉽지만 다음에 더 일찍 출발해서 더 많이 보리라.



# 평소에도 산책하는걸 즐기는데, 이곳은 선비들이 걸었다고 하니 왠지 나도 똑똑해지는 느낌도 들었고. 무엇보다 깊은 산속 길을 가는 느낌이 참 좋았다. 등산로로 걷는 느낌과는 또 달랐다. 걷고 또 걷고 계속 직진만 하는 나 때문에 같이 가는 사람들은 내 욕을 그리도 많이 한다고.. ㅋㅋ 그래도 걷는게 참 좋다. 왠지 내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거든. 조금 시간이 난다면 어딜 걸어보는게 좋을까.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걸을 곳도 볼 곳도 먹을 것도 많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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