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전/영화보기2015. 10. 2. 16:57
     



ⓒ Warner Bros.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를 넘 인상깊게 봤는지 그때부터 앤 해서웨이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가 나오는 영화들은 찾아보게 되는데.. 이번에 본 <인턴> 은 그녀가 나와서가 아니라 요즘 같이 죄다 스마트폰만 쥐고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세상에 우리 이전 세대들과 현재 세대간의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지금에 가장 필요한 영화일 것 같고. 그리고 취업난이 심한 요즘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지 정말 궁금했다. 현재 [예매율 1위] 라는 것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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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한 지 1년 반만에 직원 220 명의 신화 일궈낸 주인공 줄스 (앤 해서웨이)는 '어바웃 더 핏 (쇼핑몰)' 의 CEO 이다. 늘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회사에서 운동겸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엄청난 양의 업무를 소화해 내는 커리어우먼이다. 일 밖에 모르는 '일 중독자' 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회사에 엄청난 애정을 갖고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한다.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 각자의 열정을 다하는 회사는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데 사회적으로도 좋은 모범을 보이려 줄스를 옆에서 도와주는 카메론은 은퇴한 후의 삶을 살고 있는 실버세대를 인턴으로 받아들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에 새로운 삶으로 인생의 빈 공백을 채우려는 벤(로버트 드니로)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고 줄스와 (나이많은 인턴) 벤이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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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도 몰랐던 줄스는 당황했지만 이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의무적] 으로 그를 자신의 곁에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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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의무적이었기에 벤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벤은 회사 곳곳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먼저 다가가 도와주기도 하고 젊은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며 회사에서 어느새 인기남이 되었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회사. 복장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오랜기간 직장생활을 했기에 더 흐트러지고 싶지 않은 자신을 끊임없이 가꾸며 늘 [정장차림] 의 반듯함여유로움을 유지했다. 남자가 봐도 정말 멋진 신사의 모습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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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우연히 창 밖을 보다가 줄스의 차를 운전하던 기사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에게 운전하지 않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그 기사는 그 후로 사라졌다. 별다른 일이 없던 벤은 줄스의 기사를 자청했다. 누구보다 충실한 비서로써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사생활의 노출을 꺼리던 줄스는 그가 자신의 삶에 깊이 관여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녀는 순간 그를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 부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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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그랬던 자신의 모습을 잊은 채 .. 어느 날 밤 자신과 함께 늦게까지 퇴근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벤을 보게 된다. 함께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벤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됐다. 이후 그녀는 그녀의 선택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되고 그를 다시 자신의 곁으로 부른다. 이젠 누구보다 더 의지하게 되는 사람이 되었다. 서로에게 믿음을 준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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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벤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하게 되고 회사의 모든 부분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오랜 직장 생활로 노련함과 능력이 출중한 벤은 그녀에게 누구보다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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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스는 과도한 업무에 회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거래처의 말에 외부 CEO 를 두어야겠다는 의견에 많은 CEO 후보들을 만나게 되는데 다들 맘에 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만난 CEO 는 맘에 드는데 뭔가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때 벤이 함께 동행하게 되는데 늘 일에 지쳐 있는 그녀에게 조금은 긴장을 풀어주고 싶어서 였을까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그리고 호텔방에서 그녀에게 가장 큰 위로가 돼 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고픈 말이 있어도 그녀의 선택에 방해받지 않게 참고 기다려 준다.


- 이러한 어른들이 많다면, 누구라도 의지하고 싶어질 것 같다. 진정한 부모는 무언가를 많이 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녀가 선택에 지장받지 않도록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기다려 주는 것] 이 좋은 부모라 한다. 세상의 모든 어른들은 우리의 부모다. 나 역시도 좋은 부모, 어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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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은 그녀가 선택한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선택에 확신이 없는 걸 알고 그녀가 찾아오길 기다렸다. 그녀는 벤의 집을 찾아가 벤에게서 듣고 싶은 말을 듣게 된다. 벤은 그런 그녀가 누구보다 '행복' 하길 바랬다.


창업 한 지 1년 반 만에 직원 수를 220 명으로 성장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잊지 말아요 !! 누구도 하지 못할 일을 당신은 해 내고 있는거라고.


벤은 진심으로 그녀와 회사를 대했고 그녀 또한 진심으로 대했기에 서로는 누구보다 더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짧은 시간에 성공을 이뤄 열정만 있을 뿐 !!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고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던 그녀에게 벤은 아주 좋은 스승이자 아버지 일 것이다. 벤은 오랜시간 쌓아온 직장 생활의 노하우와 진심을 다해 그녀를 도왔고 벤 또한 자신의 삶의 빈 자리를 멋지게 메웠다. 줄스는 회사의 성장보다 더욱 성장한 멋진 상사가 되었다.


-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무조건적인 스펙 전쟁 속 골라내기 식의 젊은 인재들도 중요하지만 진정 기업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경험] 이라는 것을 너무 '무시' 하고 사는 건 아닐까. 경험만큼 가장 필요한 스펙은 없는 것인데 말이다.



+ 앤 해서웨이는 여전히 사랑스러웠고, 로버트 드니로는 여전히 정말 멋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나서 '카카오' 가 떠오른건 기분 탓이겠지? 아무튼 영화를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띄어졌고, 진정한 [] 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과연 내 삶의 비어 있는 공백을 어떻게 잘 채워갈 수 있을까?' 



# 나 역시 오랜기간 사회생활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예술계 조차 [스펙] 으로 사람을 고르려 하고 좀 더 싼 임금을 줄 수 있는 그런 인재들로만 가득 채워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 재정상황이나 여러가지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어린친구, 어른 이런식으로 이분별화 된 분위기는 옳지 않다. 무조건 "어린 친구들은 .. " 이라며 구분을 지어 놓는 어른들이 많은데 나 부터라도 그러한 생각들을 하지 말아야겠다. 그들은 내가 가지지 못한 '열정' 을 갖고 있고 나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노하우' 가 있는데 서로 [존중] 하며 아름다운 공존 하게 된다면 정말 이상적이지 않을까.


+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로 치닫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의 문제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자꾸만 젊은 친구들에게 [눈높이] 만 낮추라고 할 게 아니라, 그들이 열정을 다해 일 할 수 있는 환경 (매력) 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취업을 갈망하는 그들에게 나쁜 어른들로 인해 좋지 않게 인식된 [인턴] 을 자신의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소중한 [경험] 이라는 자산을 쌓는다고 생각하고 마음껏 지원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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