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여느때 처럼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내려 받았다. 저 멀리서 리유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아직 안 왔나봐."

"아니야, 아빠 왔어. 아빠 가방이 있잖아."


그러고 ..


"아빠~~~"


라는 소리와 함께 리유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아빠바보 리유가 얼마나 아빠가 보고팠을까. 애절한 눈빛과 함께 아빠의 다리를 한 없이 붙잡고 춤을 추며 따라왔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어찌나 신나하는지 이야기를 끊을 수 없었다.


- "리유, 오늘은 아빠랑 뭐하고 놀고 싶어?"

- "음.. 오늘은 도깨비 놀이동산 가고 싶어요."


- "응? 전에 가봐서 알겠지만 좀 먼데 괜찮겠어?"

- "네.. 가고 싶어요."


- "리유.. 목 아프다니깐 병원도 가봐야 하고... "

- "괜찮아요. 가서 신나게 놀고 싶어요."


카페를 나서서 병원에 들렀다. 뭔가 좀 안 좋은건 아닌지 내심 걱정했지만, 리유가 넘 신나게 놀아서 몸살끼가 있었다는. '그래서 목이 부었었구나.' 짜쉭.. 병원을 나서며 다시 놀이동산 가는 동선을 설명했다. 곰곰히 생각하던 리유는. 아빠랑 실컷 놀고 싶었던건지. 아님 친구들과 함께 갔었던 곳을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었던건지. 가까운 공원으로 가자고 했다.


'솔로몬로 파크'. 모의 법정, 정부 등 아이들이 미리 어른의 민주주의를 배우게끔 만든 공원인데, 예전에 알고 있었던 곳이긴 했지만 리유가 좋아할까 싶었다. 그래도 본인이 원하니 흥쾌히 가줘야지.


가깝긴 했지만 이정표도, 교통도 좀 많이 불편했다. 김리유를 안고 산을 올랐다. ㅠ.ㅜ 한 여름에..



도착하니 신난다고 하면서도 에어컨 바람을 얼른 쐬고 싶어 인증샷도 생략한 채,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가장 먼저 '민주주의의 꽃' 선거관리 위원회를 찾았다. 먼저 등록부터 하고.




여기는 시원하니깐. 인증샷부터 찍자고 한다. ㅎㅎ 근데 표정이..




투표소에 들어가서 열심히 도장을 찍는다. 엄마가 찍는걸 봤다며 아빠의 설명을 아주 쉽게 이해했다. 누굴 찍었는지 볼까?




아이쿠야. 선택을 못했나보구나. 참참이와 알리가 맘에 들었나보네. 리유야 나중엔 이러면 안돼. 무효표가 된단다. ㅠ.ㅜ




이번엔 대통령 후보에 도전해 보겠다며 열심히 공약을 적고 있다. 아직은 좀 서툴지만 글씨를 또박또박 쓰려는 모습에 내 얼굴엔 흐뭇한 아빠미소가 듬뿍 담겼다.


"아빠, 이 다음엔 모르겠어..."


라고 말하고 난 뒤, 읽어보니 .. "나라를 나라답게..." 라고...  ㅎㅎㅎ

이거 이거 어디서 많이 봤는데.. ㅎㅎㅎ


어린 네 눈에도 이 나라가 정상적이지 않았나보구나. 아빠도 열심히 응원하며 도울게. 나라를 나라답게. 문득 이 녀석이 3살때 세월호 사건 뉴스를 보며 내게 "아빠, 왜 언니 오빠들 안 구해줘?" 라고 말해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당시엔 뭐라 말해줘야 하는지 정말 몰랐다. 3살 아이 눈에도 어른들이 구하지 않음이 보였던걸. 왜 ...


암튼.. 대선공약이 멋졌다. 그게 최우선 과제지 지금은.




리유에게 물었다. "미래의 대통령은 누구?" .. 리유는 "리유!!" 라고 말했다. 그래.... 그래...




리유는 이날따라 전에 사줬던 신발이 작아서 리유 발이 많이 아프다고. 자주 못 걷겠다고 했다. 그래서 계속 리유 발에 눈이 많이 갔다. 어느새 이렇게 컸니. 쑥쑥 자라는 구나.




"아빠, 이것 보세요. 코끼리 리유예요." .. ㅎㅎ




드디어 리유가 대통령이 됐다. 아마도 가장 발랄한 대통령이 아닐까. 포즈 좋고, 표정 좋고.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주길.




이번엔 놀이방으로 갔다. 많은 아이들이 그곳에 있었다. 요즘 이렇게 화면을 터치하는 놀이가 많더라. 역시나 신나게 터치.




때론 교육적으로도 괜찮은 것도 많았다. 나쁜말과 좋은말을 구분해서 '좋은말' 에만 터치하기. 리유가 치려는데 옆에 오빠가 먼저 치는 바람에 오빠 손등을 후려쳤다는건 안 비밀.. ㅎㅎㅎ




리유가 안 보였다. 아빠를 지그시 부르더니, 어두운 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응?? 잔뜩 뒤로 물러난 리유가 무언가에 앉아있었다. 엄지 발가락이 살짝 들린 모습에 살짝 불안감도 몰려왔다.




아빠를 보고 씨익 웃는다. 뭐지 ? 뭐지 ?




어? 설마... 에이.. 야~~




한껏 더 힘을 올려 아빠를 향해 날아왔다. 음음.. 그 이후 상황은 상상하는 그대로. 이 녀석 하필이면 다리를 쭉 뻗는 바람에 아빠는 ... 하마터면 남성의 생명력을 잃을 뻔 했다. =.=;; ㅎㅎ




위기의 순간이 지나고. 이번엔 두더지를 잡으러 왔다. 작은 콩주머니를 들고 조준을 하고 있는 리유. 과연?




던졌다. 맞았을까?




리유가 던진 콩주머니를 숨죽여 바라본다.




쾅... 맞았다. 저렇게 불꽃 모양이 생기면 맞았다고 나오고. 리유도 씨익 웃으며 아빠에게 리유가 맞췄다고 자랑했다. 잘했어 리유야.




이번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헬멧을 쓰더니 또 이렇게 얼굴을 가린다. 거울보고 이상했던갑다. 난 귀엽기만 한데.. 아무래도 장난치는거 같은데..




"안돼요. 안돼.." 아빠에게 이 모습만은 찍지 말아달라고 계속 손을 흔들어 가리려 했다. 아주 짧은 찰라에 표정을 담았다. 앗싸.




안되겠던지. 아예 리유눈을 덮었다. ㅎㅎ 아빤 이게 왜 이렇게 귀엽냐. ㅎㅎㅎ


실컷 놀고 뛰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왔다. 우선 리유의 아픈발을 위로하기 위해 신발도 사러갔다. 편한 신발 고르랬더니 공주 신발에 꽂혀서 그것 외엔 다 맘에 안든단다. 이런.. 한참 좋아할 나이지. 멋부릴 나이 6살.


이해한다. 아빠도 어릴땐 한껏 깔롱 좀 부리고 다녔었지. ㅎㅎ 내 딸인데 뭐.. 당연한거지. 아무튼 리유는 전에 엄마에게서도 자전거 합격을 받았다고 말해줬다. 약속대로 핑쿠 핑쿠한 자전거도 선물했다. 리유는 신나서 춤까지 췄다.


좋아해주니 나도 좋았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안전하게 잘 타야 돼.


예전엔 아빠가 짠 스케줄 대로 움직였다면. 어느덧 아빠랑 뭐하고 놀건지. 어디 가고픈지. 생각을 많이 하고 오는 것 같았다. 고맙다 이쁘게 잘 자라줘서. (그리고 잘 돌봐줘서.) 이 녀석의 뽀뽀를 받고나면 나도 신이나서 힘이나서. 한 동안은 정말 일만 하게 되는것 같다.


다음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일상의기록 > 리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 오늘 행복했어요  (0) 2017.10.25
가을소풍  (2) 2017.10.21
생애 첫 라이딩  (10) 2017.07.28
아빠랑 소풍 왔어요.  (6) 2017.07.14